•  

 

VOYAGE > 이수진의 양조장 투어 ④ 슈나이더 바이세 양조장

독일 맥주의 자존심, 바이에른 밀맥주의 산 역사

슈나이더 바이세는 밀맥주의 기원인 동시에 독일 맥주의 자존심인 바이에른 지역의 가장 오래된 밀맥주 양조장이다.

1872년 왕족이 아닌 일반 시민으로서는 첫 밀맥주 양조 허가를 받아 낸, 역사와 전통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글 이수진(디플롬 비어소믈리에) 사진 이수진, 슈나이더 바이세 양조장 제공

 

e349668b9591dd261f316de285b5032c.jpg 

 

 

 

“켈하임에 또 간다고?”
방문은 지난해 한 번 거절당한 후 어렵게 잡은 약속이었다. 양조장 필자에게 친구가 물었다. 바이스비어는 뮌헨에도 많은데 굳이 켈하임에 다시 가는지 궁금한 눈치다. 이유는 하나, 바나나와 정향 풍미가 나는 향긋하고 부드러운 독일 정통 밀맥주의 풍미를 잊을 수 없어서다. 특히 슈나이더 바이세는 이 밀맥주의 기원인 동시에 독일 맥주의 자존심인 바이에른 지역의 가장 오래된 밀맥주 양조장이다. 물론 뮌헨에도 바이세스 브로이하우스가 두 군데나 있지만, 밀맥주의 산 역사인 양조장에 가기 위해 다시 켈하임으로 향했다.
그러나 이른 아침 뮌헨 중앙역을 떠난 기차는 며칠간 지속된 집중호우로 인해 출발지로 되돌아와 멈춰버렸다. 독일철도(DB) 데스크에는 모처럼의 여행이 엉망이 되어 당황하거나 화가 난 여행객들이 잔뜩 모여있었다. 필자는 후자였다. 사실 이번 슈나이더 바이세 양조장방문은 지난해 한 번 거절당한 후 어렵게 잡은 약속이었다. 양조장​에 전화를 걸어 사정을 설명하고 약속 변경을 요청했지만, 3주 후에 창업주인 게오르그 슈나이더 1세는 라거 맥주의 유행에도 밀맥주 상담 끝에 더 비싸고 더 돌아가는 여정의 다른 기차를 타야만 했다.
다른 선택이 없었다. 

 

 

1872년부터 6대째 이어온 양조장

우여곡절 끝에 비 오는 잘(Saal)역에 내린 뒤 차를 갈아타가며 양조장에 도착했다. 양조장 쪽에 늦어지는 이유와 사과 메일을 보내고 전화로는 서둘러 가고 있다고 메시지를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독일인은 시간 개념이 철저했다. 예정보다 두 시간이나 늦은 나를 기다려줄 리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눈앞에서 ‘다음에 다시 오라’며 문을 닫는 직원이 매정하게 느껴진 건 어쩔 수 없었다.

 

516f7b350f00cccf1b8d8c15cfc29c36.jpg

비도 피할 겸 바로 옆 브로이하우스로 들어갔다. 궂은 날씨에 손님은 필자뿐이었다. 메뉴는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이곳은 바이에른. 따뜻하고 하얀 소시지에 바이스비어 한 잔을 곁들이는 바이에른식 아침식사(Bayerische Frühstück)를 즐겨먹는 곳이 아닌가.

슈나이더 바이세의 전통이자 기본인 맥주 ‘탭7 마인 오리기날(이하 탭7)’ 생맥주와 하얀 소시지를 주문했다. 현지 양조장에 딸린 펍이라 더욱 신선한 탭7을 마시면서 서서히 마음의 여유를 되찾았다. 유일한 손님인 내게 서버들은 더없이 친절했고 뮌헨에서 비가 그칠 때까지 편하게 있으라며 양조장 브로슈어와 관광 지도를 가져다 주었다.
브로슈어를 펼치고 ‘탭 1 마이네 헬레 바이세(이하 탭1)’를 주문했다. 앞서 마신 탭7보다 가볍고 경쾌한 헬레 바이세를 마시며 양조장의 역사를 읽어 내려갔다.

 

dbeabf2bba80630548e9096a8d85ad0a.jpg

창업주인 게오르그 슈나이더 1세는 라거 맥주의 유행에도 밀맥주​에 대한 믿음과 확신으로 밀맥주 생산을 중단하지 않았다.

그가 1872년에 만든 오리지널 레시피는 지금의 탭7 맥주에 그대로 사용되고 있을 정도다. 양조장의 공식 명칭 ‘G.Schneider & Sohn GmbH’는 그와 아들이 함께 꾸린 양조장을 뜻하는 이름이다.​

 

f2b5c1a14d6c24f1800bde8ff4c2ccf9.jpg 

 

현재의 6대손에 이르기까지 슈나이더 가문은 켈하임과 뮌헨을 오가며 밀맥주의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 왕족이 아닌 일반 시민으로 첫 밀맥주 양조 허가를 받았다. 3대째에는 슈나이더 바이세를 특허청에 등록해 세계 최초의 밀맥주 전문 브랜드를 탄생시켰다. 세계1차대전 직전 슈나이더 바이세는 독일 남부에서 가장 큰 밀맥주 양조장이 됐고, 전쟁 후 인플레이션으로 맥주 1리터가 1270만 마르크로 치솟아 바이에른 양조장 절반이 문을 닫은 상황에서도 슈나이더 가문은 밀맥주의 전통을 이어갔다. 이쯤 되면 슈나이더라는 이름은 독일 밀맥주의 기원이자 역사를 넘어 수호신이 아닐까.

 

cc3eb529208334a4f563794262fc85af.jpg 

 

 

시그니처 맥주 ‘탭5’부터 ‘탭7’+콜라 폭탄주까지

양조장 내부를 보지 못한 아쉬움은 메뉴판에서 현지에서만 즐길 수 있는 메뉴를 발견할 때마다 희석됐다.

메뉴판에 적힌 ‘봄 파스(vom Fass)’는 나무 통에 담긴 맥주를 바로 따라주는 것으로 생맥주를 말한다. 양조장 옆 펍에서 마시는 생맥주의 맛은 상상 이상으로 다채롭고 진한 향과 맛이 났다. 그 중 가장 독특하고 진한 풍미를 내는 맥주가 ‘탭 5 마이네 호펜바이세(이하 탭5)’다. 탭5는 전통과 혁신이 조화를 이룬 지금의 슈나이더 그 자체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맛의 탄생이랄까. 달콤한 과일향에 파릇하고 쌉쌀한 피니시를 지닌 밀맥주라니. 유서 깊은 가문의 전통을 이어받은 밀맥주에 미국 브루클린 브루어리와의 합작을 통해 미국식 IPA를 접목시켰다. 크래프트 맥주의 대명사인 IPA의 장점인 강한 홉향과 열대과일 풍미가 정통 독일식 밀맥주와 만나 완벽한 밸런스를 이룬다.
비를 맞아 잔뜩 웅크린 몸에는 알코올에서 비롯된 훈훈한 따뜻함을 선사해줄 ‘탭6 아벤티누스 도펠복(이하 탭6)’이 제격이다. 이외에도​ 국내에 아직 수입되지 않은 탭까지 전부 마시고 가야 하는데 이미 취기가 돌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시 메뉴판을 정독했다. 알코올 프리 맥주보다 술맛이 나면서 아로마와 부드러운 탄산감이 도는, 그리고 서울에서 맛보기 힘든 메뉴를 찾았다. 우리로 치면 ‘소맥(소주+맥주)’인 탭7에 레모네이드를 섞은 ‘슈나이더 루스’를 제치고 콜라-바이젠을 주문했다. 탭7 생맥주에 콜라를 섞은 음료로 미묘한 단맛과 톡 쏘는 탄산이 크리미한 밀맥주 질감에 더해졌다. 소맥처럼 비율이 중요할 듯해 비결을 물으니 ‘적당히’ 섞으면 된다고 한다. 경험에서 나오는 무심한 듯 빠른 손놀림으로 말아내는 황금비율이 설명처럼 쉬울 리 없다. 이후 친절한 서버들이 알려준 양조장 근처의 기념품 숍에 들러 슈나이더 바이세의 로고 상품을 구입했다. 탭6을 증류해 만든 ‘비어 브란트’도 구입했는데, 알코올 도수 40%의 이 제품 역시 국내에서 구할 수 없는 제품이다.

2019년 4월, 슈나이더 바이세 맥주는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라벨에 맥주명을 알아보기 쉽게 표기하고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변경한 것이다. 옛 것을 현대에 적용시켜 발전을 꾀하는 슈나이더 가문의 고집은 여전히 유효하다. 새 옷으로 갈아입었지만 그 안에 담겨있는 그들의 고집은 다행히도 여전하다. 이제 이 오래된 새로움을 만끽해야 할 시간이다.

 

f8472ef0bd3205d49a8ee652bcd263b1.jpg 

 

 

 

이 글을 페이스북으로 퍼가기 이 글을 트위터로 퍼가기 이 글을 카카오스토리로 퍼가기 이 글을 밴드로 퍼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