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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gend > 돼지갈비의 마땅한 차림과 조건 조박집

퇴근시간 마포역 인근은 달큰한 갈비 냄새가 진동한다. 한창 때보단 가게가 조금 줄었다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돼지갈비가 생각나면 마포를 찾는다. 마포 돼지갈비 골목에서 대기 줄이 긴 집, 맛집이라 부를 수 있는 곳은 단연 ‘조박집’이다.

에디터 류상미 포토그래퍼 임익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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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선택지가 있다. ‘전통을 그대로 잇는 것’, ‘새로운 방식을 도 입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 일반적인 경우라면 분야를 불문하 고 후자가 압도적으로 높은 선택을 받을 게다. 하지만 식당이라 면, 그것도 이름난 맛집이라면 선택은 쉽지 않다. 최근 조박집은 과감한 선택을 여럿했다. 맛집의 기본은 지키면서 시간의 때가 묻어 불편한 것을 조금 손봤다. 손님들은 편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게 됐고, 직원들은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게 됐다. 대를 이 어 음식을 만들고 손님을 맞는 일. 음식 맛을 지키는 것 이상의 치열한 고민이 필요함을 조박집을 통해 알게 된다.

 

대를 잇는 조씨와 박씨의 돼지갈비

조박집 본관과 별관은 마포역 1번 출구 인근에 마주해 있고, 신 관은 마포역 2번 출구 방향, 염리 생활체육관 근처에 자리해있 다. 익숙한 본관과 별관이 아닌 새로운 터 신관에서, 한층 젊어 진 조박집을 만났다. 조박집은 1983년 시작해 지금까지 마포 돼 지갈비 골목의 터줏대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조박집은 조씨와 박씨가 함께해 ‘조박집’이라 이름 지었다. 조박집을 시작한 1대 사장인 조명근 씨와 박순자 씨는 부부지간이다. 식당 이름을 고 민하던 중 ‘엄마아빠 성을 합쳐서 조박이라고 하면 되겠네’하 는 아들의 한 마디에 조박집으로 간판을 내걸어 오늘까지 왔다. 그리고 장난스럽게 가게 이름을 툭 던진 아들 조형일 씨는 아내 박정희 씨와 함께 2대 사장으로 조박집의 오늘을 책임지고 있 다. 1대 사장에 이어, 2대 사장도 조씨와 박씨가 만났으니, 진정 한 조박집의 승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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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에 걸쳐 완성된 단촐한 상차림

조박집은 돼지갈비만큼이나 유명한 시그니처 메뉴가 있다. 동 치미 국수와 총각무김치, 된장찌개, 식혜가 그 주인공이다. 이 흔한 메뉴를 두고 시그니처라고 할 것까지 있나 싶겠지만, 조박 집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절로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할 것이다. 누구는 갈비가 익기를 기다리며 시원하게 먹는 동치미 국수를 조박집 최고 메뉴로 꼽는다. 또 누군가는 밥한 그릇 뚝 딱 먹게 하는 새콤한 총각무김치가 최고라고 하고, 누구는 찌 개와 국 중간쯤 되는 시원한 된장찌개를, 누구는 식후에 입맛 잡아주는 진한 식혜를 치켜세운다. 무엇하나 그저 그런 것이 없 다. 하나하나 탁월하다. “조박집 상차림이 화려하진 않아요. 하지만 찬 하나하나가 부모 님께서 수십 년 손님들을 맞으시며 고기와 먹기 좋은 최상의 조합을 찾으신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가게 일을 함께하면서 무생채를 피클로 바꿔볼까 싶어서 시도해봤는데요. 무생채가 괜히 상 위에 자 리를 잡고 있던 게 아니었어요. 딱 지금 이 구성이 돼지갈비를 가장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상차림이더라고요.” 요즘 조박집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박정희 사장은 조박집 상차림이 오랜 시간 합리적으로 설계된 것이라고 말한다. 그 절묘한 조합은 1983년부터 수차례 시행착오를 거치며 만들어졌을 게다. 박정희 사 장은 시어머니가 구성한 상차림과 맛은 지키지만, 그 방식만은 새롭 게 구축해나가고 있다. 조박집에선 한때 하절기에 총각무김치 대신 다른 계절 김치를 내기도 했다. 요즘은 1년 내 상시적으로 총각무김 치가 상에 오른다. 맛을 보장할 수 없어 하절기엔 다른 김치를 내다 왜 지금은 오르느냐 물었다. 2주에 한번 김치를 담던 것을 1주에 한 번으로 기간을 단축했더니 오히려 상큼한 김치 맛이 유지되더란다. 사실 총각무김치를 찾는 손님이 유난히 많기도 했다. 어설프게 김치 를 냈다가 ‘이 맛이 아닌데’ ‘변했네’ 소리를 들을까 걱정스러웠다. 부모님의 식당을 이어간다는 것은 김치 하나에서도 내 것보다 더 많은 고민과 연구의 시간을 갖게 한다. 부모님이 완성한 맛을 지키기 위한 젊은 사장 부부의 방식은 부모님이 해온 방식과 다른 것이 많 았지만 결과는 항상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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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부모님의 가게를 물려받는 일

조박집의 2대 경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2010년 경이다. 식당 경영이 몸에 배었을 즈음 낡은 시설을 손보기 시작했다. 화장실을 공 사하고, 테이블도 입식으로 서서히 바꿔나갔다. “화장실 공사를 결정하는 데만 3년이 걸렸어요. 부모님은 그대로 하 면 될 것을 왜 일을 만드냐하셨지만, 전통과 불편한 것은 다르니까 요. 2년 뒤에 별관을 입식으로 고치고, 1년 뒤에 본관 1층도 리모델링 했어요. 본관 공사 전날에 부모님이 참 많이 우셨어요. 가게 벽을 쓸 어내리시면서 말이죠.” 좌식 테이블을 입식으로 바꾸면서 테이블 수가 줄었다. 당장 매출 하락이 염려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손님들은 입식 테이블을 선호 했고, 직원들도 상을 내고 치우는데 수월해지면서 매출엔 차이가 없 었다.  “부모님께서 일군 가게를 물려받는 것은 그 자체로 매우 감사한 일 이에요. 하지만 저희도 기존에 하던 일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식당 경영으로 전환하는 것부터 쉽진 않았어요. 부모님의 방식이 있고 저 희가 풀어가는 방식이 있는데 그 유격감이 상당했지요. 부모님은 그 분들의 방식으로 성공하셨기 때문에 확고한 의지가 있으셨고, 저는 바꾸고 싶은 의지가 강했고 서로 참 힘들었어요. 그런데 소소한 방식 과 표현이 다를 뿐이지 ‘손님 먼저 생각해라’ ‘직원한테 잘해야 한다’ 같은 기본적인 철학은 같았어요.”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한 시스템 구축

2015년, 수요미식회 방송 이후 고기가 떨어져 손님을 받지 못할 정 도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가게 피로도가 높아 모두가 위태로운 순간 이 오기도 했다. 모두에게 휴식이 간절했다.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브레이크타임을 두고 직원들이 충분히 쉴 수 있도록 했다. 한발 더 나아가 일요일 휴무까지 결정했다. 일요일 휴무는 가족 외식 매출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일요일에 오셨다가 가게 문 닫은 거 보고 항의하시는 분들도 많으 셨고, 일요일 휴무가 자리 잡는데 시간이 좀 걸렸죠. 하지만 단골 분 들은 잘 했다고 많이 응원해주셨어요. 직원들의 만족도도 높아지 고, 손님 응대가 좋아진 것을 생각하면 얻은 게 훨씬 많아요.” 2대 사장 부부가 관심을 두는 것은 시스템 구축이다. 손님이 편하게 음식을 즐길 수 있는 홀 시스템, 직원들이 편하게 일할 수 있는 근무 시스템, 음식 맛을 고르게 유지할 수 있는 조리 시스템. 부모님들이 30년간 쌓은 노하우를 토대로 직관적으로 판단했다면 지금은 시스 템을 통해 보다 합리적으로 관리하려고 한다. 손님보다 더 까다로운 부모님이 단번에 인정한 것도 있다. 바로 대형 고기 숙성 저장고다. 개별 냉장고 수십 개로 관리하던 고기 숙성 방식을 대형 저장고를 마련하니 고기 맛을 더욱 균일하게 관리할 수 있게 됐다. 부모님이 가장 만족한 부분이다. 그러고 보니 돼지갈비 맛집에서 돼지갈비에 대한 이야기가 없었다. 조박집 돼지갈비는 칼집이 없다. 좋은 고기를 들여 넉넉한 기간 숙성 하기 때문에 부러 칼집을 낼 필요가 없다. 적당히 달달하고 적당히 짭쪼름하다. 1인분에 250g의 넉넉한 양이라 가성비면에서도 월등하 다. 1인분에 1대씩 갈빗대가 나오는데 붙임 갈비가 아니라 수제 갈비 를 쓴다. 하나하나 칼질을 해서 펴낸 갈비살과 목살이 어우러지니 맛과 양 모두를 만족시킨다. 40년이 다 되도록 같은 자리에서 직장 회식 장소로, 가족 외식 장소로 사랑받아온 이유가 충분하다.

직원들의 워라벨을 고민하는 식당, 손님의 쾌적한 식사 시간을 고민 하는 식당, 맛의 전통을 지키는 시스템을 만드는 식당. 조박집의 지 난 40년보다 앞으로 40년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맛집, 노포의 역 사는 새로운 고민과 시도를 통해 더 넓고 더 깊어짐을 조박집을 통 해 다시금 확인한다. 더불어 2대 경영 전환기를 거치며 몸살앓이 중 인 모든 노포에 응원을 보낸다.

 

조박집

신관 위치 서울 마포구 큰우물로4길 5   문의 02-6952-0463 운영 시간 매일 17:00 ~ 23:00 / 일요일 휴무   주차 마포염리 공영주차장 1시간 주차 지원
본관·별관  위치 서울 마포구 토정로37길 3 문의 02-712-7462 운영 시간 매일 11:30 ~ 23:00 / 브레이크 타임 15:00~17:00 / 일요일 휴무 주차 마포유수지 공영주차장 1시간 주차 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