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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YAGE > 이수진의 양조장 투어 ⑥ 슈티글 양조장

오스트리아의 맛

‘오스트리아의 국민맥주’ ‘오스트리아의 맛’으로 사랑 받는 슈티글을 맛보지 않고선 제대로 된 잘츠부르크 맥주 여행이라 할 수 없다. 그래서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큰 개인 소유의 양조장인 슈티글로 향했다. 
글 이수진(디플롬 비어소믈리에) 사진 이수진, 슈티글 양조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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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잘츠부르크를 찾는 여행자는 크 게 세 부류로 나뉜다. 클래식 음악을 즐기며 모차르트의 흔적을 좇 는 음악 애호가이거나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 나온 아름다운 알프스 풍광과 예쁜 동화 같은 호숫가 마을을 찾는 휴식파. 그리고 에너지 드링크 레드불의 본거지이자 레드불의 모든 것을 한곳에서 볼 수 있는 ‘행거 7’과 미쉐린 가이드에 선정된 파인 다이닝을 찾는 트렌드 세터들이다. 여기에 최근 등장한 새로운 부류의 여행자들이 더해졌다. 수제 맥주 양조장들을 방문하고 펍 투어를 즐기는 것이다. 이로써 잘츠부르크 에는 네 부류의 여행객들이 존재하게 됐다. 맥주를 사랑하는 여행 객들은 뒤늦게 등장했지만 그 어떤 여행객들보다도 적극적이다. 맥 주가 주는 즐거움은 때로는 레드불보다도 더 흥겨우니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잘츠부르크의 맥주 여행자에게 추천하는 첫 맥주는 슈티글이다. 슈티글은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큰 개인소유 양조장으로 오스트리아 맥주 수도인 잘츠부르크 도심에 위치해있다. 잘츠부르크를 대표하 는 맥주이자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사랑 받는 맥주다. 오스트리아 사람과 맥주 이야기를 할 때면 슈티글이 빠지지 않을 정도다. 바꿔 말하자면 오스트리아 맥주는 슈티글과 슈티글이 아닌 맥주로 나뉘 는 셈이다. 슈티글이 맛의 밸런스가 좋은 훌륭한 맥주임은 틀림없 다. 필자도 즐겨 마신다. 하지만 ‘모두’가 오스트리아의 맛으로 슈티 글을 추천하니 가끔 의아할 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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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티글의 모든 것, 맥주 박물관 ‘브라우벨트’
여름철 잘츠부르크는 비 소식이 잦다. 아침부터 비가 계속 내리는 바람에 할슈타트행을 취소하고 슈티글 브라우벨트(Brauwelt)로 향 했다. 어두운 하늘 아래 추적추적 비 내리는 우울한 호숫가 마을을 방문하는 것보다 맥주 박물관을 둘러보며 가볍게 낮술 한잔 하는 게 더 좋으니까. 마침 예약 없이 방문 가능한 영어 투어가 있었다. 오 후 3시. 지금으로부터 약 240 년 전 모차르트가 슈티글에 방문해 스키틀게임을 즐기며 맥주를 마셨다던 바로 그 시간이다. ‘잘츠부르크 카드’ 한 장이면 시내 대중 교통과 주요 관광지 무료입 장이 가능하다. 이 카드가 맥주 여행자에게 주는 가장 큰 혜택은 슈 티글 브라우벨트 무료입장! 맥주 시음권과 슈티글 기념품 선물이 포함된 금액이다. 비를 피해 탄 버스에서 내린 곳은 슈티글 양조장 입구였다. 방대한 슈티글월드를 빙 돌아서 박물관 입구에 도착했다. 빨간색 로고 이 미지로 가득 채워진 슈티글을 내려가 투어에 합류했다. 슈티글은 ‘계단’을 의미한다. 옛날 맥주 양조에 필요한 물은 알람 운하에서
새로운  공급받아 사용했었다. 운하는 양조장 옆 작은 계단을 뜻하는 ‘클라 이네 슈티게(kleine Stiege)’를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었고, 여기에서 슈티글양조장의 이름이 유래되었다. 오스트리아 특유의 소박하고 노란 색을 띤 건물 브라우벨트는 심플 한 외관과 달리 유럽 최대 규모의 맥주 박물관이다. 약 1500평이 넘 는 공간에 맥주 양조에 필요한 기본 재료들 – 물, 곡물, 홉, 효모에 대 한 독립적인 공간이 마련되어 있고 실물과 이미지를 함께 비치해 더 욱 흥미로운 맥주 양조 체험이 가능하다. 맥주 원료에 대한 설명이 끝나면 한쪽 벽면에 맥주 양조의 전 과정이 그려지고, 본격적인 양 조 장비가 놓인 방에서 한참을 머무른다. 다른 양조장과 달리 슈티글은 오스트리아산 재료만 사용해 맥주를 만든다. 바인피어텔 지역의 몰트, 뮐피어텔에서 재배한 신선한 홉, 그 리고 알프스 운터스베르크 지역의 원천수로 슈티글 맥주를 양조한 다. 발효 후 맥주는 약 4주 동안 저장탱크에서 숙성되는데, 이 기간 동안 자연발효된 탄산이 축적된다. ‘좋은 일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 는 명언과 같이 슈티글은 충실하고 철저하게 숙성기간을 지켜 훌륭 한 맥주를 만든다. 계속되는 양조 기술과 전문용어에 모두의 집중력이 흐려질 때쯤, 가 이드가 따뜻하고 달달한 맥즙(Wort)를 따라줬다. 아직 알코올이 생 성된 단계가 아니어서 술맛은 안 나지만 양조장에 왔으니 뜨끈한 맥 즙은 꼭 맛보고 가야 한다. 맥주를 숙성하는데 사용한 오크통들이 놓인 지하 셀러 구경을 마치고 다음 전시관으로 향했다. 브라우벨트 에서 가장 최근에 완공된 공간인 이곳은 잘츠부르크의 연대기를 일 러스트로 표현하고 다양한 전시품들로 슈티글 양조장의 역사를 총 망라한 곳이다. 탁 트인 넓은 공간이 위아래로 이어진다. 먼 옛날 양 조에 사용한 도구들, 오래된 맥주잔, 슈티글 뫼르첸 병, 당시의 전통 의상, 오리지널 레시피 북 등 많은 전시품들이 진열돼 있어 지루할 틈이 없는 장소다. 어떤 이들은 이 넓고 이색적인 공간 곳곳을 포토 존으로 활용하는데 바빠 시음을 미루기도 한다. 투어를 마치고 기념품 숍 건너편에 있는 양조장 펍에서 골드브로이 를 마셨다. 탄탄한 밸런스에 몰티함과 쌉쌀함이 감도는 피니시가 일 품이다. 지금의 성공적인 양조장을 있게 한 오스트리아 정통 뫼르첸 의 맛, 오스트리아의 맛이다. 슈티글의 유기농 맥주 농장에서 생산 한 희귀한 재료들로 만든 하우스 비어와 초록빛 둥근 홉 초콜릿, 슈 티글 자석을 포장해 친구와 만나기로 약속한 카페로 갔다. 필자의 손에 들린 빨간색 슈티글 쇼핑백을 본 친구는 우리의 다음 행선지가 호엔잘츠부르크성 인근의 슈티글켈러 펍이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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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의 국민맥주, 오스트리아의 맛 ‘슈티글’
여행객이 슈티글 브라우벨트를 방문한다면 잘츠부르크 사람들은 슈티글켈러에 간다. 친구, 가족과 함께 어울리는 이곳의 자연스러운 일상 풍경이다. 언제부턴가 필자는 잘츠부르크에 갈 때마다 슈티글 로 향한다. 홀로 브라우벨트 맥주 박물관에 가고, 친구와 슈티글 펍 에서 스페셜 에디션 맥주를 마신다. 슈티글은 단순히 맥주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잘츠부르크의 역사이자 문화의 한 부분이며 잘츠부 르크의 일상 그 자체다. 슈티글은 소규모 모임, 지역 행사에 펍을 무상으로 임대하기도 한다. 음악을 후원하며, 매년 빈 응용미술대학교 학생들과 컬래버레이션한 ‘아트 오브 브루잉(Art of Brewing)’ 에디션 맥주를 출시한다. 동 계올림픽 경기장이나 축구 경기 중계에서 오스트리아 국기 대신 슈 티글 깃발이 휘날린다. 평창올림픽 당시에도 오스트리아 선수들은 메달을 따고 오스트리아 하우스에 와서 슈티글 깃발을 흔들며 기뻐 했다. 오늘 사무실에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슈티글 골드브로이가 국내 대 형마트에 입점된다는 연락이다. 이번 주말 메뉴가 결정됐다. 골드브 로이에 슈니첼(오스트리아식 돈가스). 오랜만에 즐기는 ‘오스트리아 의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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