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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YAGE > 강원 인제 곰배령 진귀한 야생화들의 천국

곰배령은 자연에 대한 경외와 신비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천혜의 지역이다. 그곳에는 지금 극상의 원시림과 들꽃들이 한바탕 축제를 펼치고 있다. 곰배령 여행은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평생 잊지 못할 여름날의 추억을 선물한다.
에디터 여경미 포토그래퍼 임익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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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배령은 설악산 대청봉 남쪽에 위치한 강원도 인제군 점봉산의 고 개 중 하나다. 봄부터 여름까지 들꽃들의 축제가 열리는 곰배령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권보호구역’이기도 하다. 꽃들이 피고 지는 것만 보고 살아도 좋을 만큼 평화로운 이곳은 여름이면 신록들이 춤을 추며 더욱 자태를 뽐낸다. 그저 그 안에 함께하는 것만으로 자 연의 신비함과 숭고함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서울에서 춘천고속도로를 타고 꼬부랑 산길을 약 3시간 지나 곰배 령에 도착했다. 이곳으로 향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31국도에서 2차 선 도로를 따라 귀둔리까지 들어간 후 이곳에 차를 두고 입산하는 방법, 418국도 국도를 따라 진동리에서 삼거리까지 들어가는 방법이 있다. 보통 진동리에서 삼거리까지 가는 길을 즐겨 찾는다. 곰배령은 사람처럼 사계절 옷을 갈아입는다. 봄이면 얼레지와 한계 령풀, 피나물, 동의나물 등이 군락을 이루고 한여름인 7~8월까지 해 발 1099m의 드넓은 고지대에서 들꽃들이 향연을 펼친다. 산수국, 쥐오줌풀, 미나리아재비 등 형형색색 꽃들도 자신을 알리기에 바쁘 다. 가을 단풍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온 천지가 붉은 단풍과 열매로 뒤덮인다. 곰배령으로 가기 위해선 설피밭을 지나야 하는데 이름처 럼 이곳은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린다. 2월 말까지 하얀 눈꽃 세상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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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에게나 길을 열어주지 않는 그 길, 곰배령길
곰배령을 가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입산이 제한 되어 있어 하루 전에는 입산 신고를 해야 곰배령 정상까지 오를 수 있다. 허가를 받지 않았다면 아무리 멀리서 왔다고 사정해도 입산을 허락해 주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곳을 가고 싶다면 사전에 언제 갈 것인지 입산 허가를 받는 것이 필수다. 보호림 관리소를 지나 고대했던 곰배령에 한 발 내딛으면 가슴 밑바 닥에서 뭉클함이 전해져 온다. 지금부터 야생화 꽃밭과 깊은 숲을 즐길 수 있는 여정의 시작이다. 야생화와 그 길로 이어진 계곡을 걸 어 곰배령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약 5㎞다. 남북방의 한계식물이 함 께 서식하는 천연림 지대로 과연 우리나라 최고의 생물 다양성을 자랑하는 생태보고이자 과학 교과서의 현장이라 할 수 있다. 곰배령과 설피밭까지는 왕복 10㎞, 약 4시간이 걸린다. 설피밭에서 강선마을로 향하는 여정은 약 2㎞. 등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이 곳에서는 이름 모를 들꽃들에 정신이 팔려 저절로 발길이 옮겨진다. 산을 오르는 동안 피어있는 들꽃과 하나가 된 것 같아 뿌듯하기만 하다. 혹여 일상에 지친 나에게 자연이 들꽃들을 선물한 것은 아닌 지 착각 속에 빠지고 만다. 입산이 통제돼 사람이 살 것 같지 않았던 곰배령에도 마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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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마을은 예전엔 제법 규모가 큰 화전민 마을이었지만 산나물이 나 약초로 연명하는 삶에 지친 이들이 하나 둘 떠나며 지금은 몇 가 구 남지 않았다. 강선마을은 산림유전자원보호림으로 이젠 집을 마 음대로 지을 수도 들어가 살 수도 없게 됐다. 곰배령에 살 수 있는 특 권을 가진 강선마을엔 미숫가루를 맛있게 타주는 인심 좋은 부부가 산다. 부부를 보며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살아도 괜찮겠다’는 생각 에 잠긴다. 그들이 내놓는 곰취전, 감자전, 미숫가루, 막걸리, 각종 차 는 등산객들의 발걸음을 붙잡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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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심 좋기로 소문난 곰배령 사람들
곰배령은 강선마을에서 30분, 정상까지 1.3㎞. 징검다리를 건너면 나오는 경사도 가쁜 숨을 내비치듯이 깊지는 않다.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걸을 만한 경사다. 점차 가팔라진 능선을 따라 오르면 곰배령 의 정상과 맞닥뜨리게 된다. 큰 나무가 없는 정상에는 두 장승 밑이 유일한 그늘이다. 한여름에도 서늘하게 느껴질 만큼 불어오는 바람 은 확 트인 전망과 상쾌함을 전해 준다. 우리의 삶 속에 쉽게 접할 수 있는 문화와 단절된 이곳에도 어느새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몇 년 전과 달리 휴대전화도 잘 터지지만 여전히 문명과는 단절된 느낌 이다. 설피밭에 들어옴과 동시에 은둔 생활과의 시작이다. 설피밭에는 산골마을의 후덕한 인심을 느끼기에 좋은 숙소가 많다. <여기는 곰배령, 꽃비가 내립니다>의 저자면서 ‘세쌍둥이네 풀꽃세 상’의 안주인이기도 한 이하영 대표는 세쌍둥이의 엄마다. ‘세쌍둥이 네 풀꽃세상’의 바비큐장에서 구워먹는 고기는 이전까지 먹었던 고 기 맛을 다 잊어도 좋을 만큼 그 맛이 일품이다. 신선한 바람과 하늘 가득 떨어질 것 같은 별들이 고기 맛을 한껏 돋워준다. 이 대표가 내 놓은 곰취장아찌는 이곳의 별미가 산나물임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한다.

곰배령으로 향하는 길엔 맛있는 두부요리집이 있다. 현리에서 방태 산 가는 길가에 자리잡은 ‘고향집’은 이름 그대로 고향집이나 외갓 집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고향집은 ‘두부의 맛이 이런 것이구나’ 고 개를 절로 끄덕이게 만드는데 그 안에는 주인장의 노력이 숨어 있다. 40여 년간 하루도 빼먹지 않고 매일 쑤고 있다는 두부의 신선함은 절로 감탄사가 터져나올 정도. 순례객들은 이곳에서 1년 간 먹을 두 부의 양을 하루에 다 먹고 갈 정도라니 가히 맛을 짐작케 한다. 맛의 비결은 직접 농사 지은 콩을 새벽마다 재래식 방법으로 쑤기 때문이 다. 그날 필요한 양만큼만 쑨다는데 맛의 비법을 조금 더 공개한다 면 속초에서 청정 바닷물을 길어와 간수로 쓰고 있다고 설명한다. 고향집에 들렀다면 두부구이와 두부전골을 먹어보자. 큼직하게 썬 손두부를 무쇠 철판에 올리고 소금을 뿌려 들기름에 구워내는 두 부구이는 맛이 담백하다. 두부전골은 바지락과 새우젓, 질 좋은 고 춧가루를 넣고 끓여 시원하면서도 얼큰하다. 그날 팔릴 만큼만 소규 모로 만드니 야들야들하면서도 고소한 두부 맛이 유별나지 않을 수 없다.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6월. 훌쩍 떠나고 싶다면 강원도 인제의 명물 곰배령길을 걸어볼 것을 추천한다. 하늘과 바람, 야생화가 지천인 천 상의 화원을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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