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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gend > 서울 3대 메밀명가 ‘유림면’

봉평 메밀과 시원한 멸치육수의 조화

서울 메밀국숫집하면 떠오르는 곳이 3군데 있다. 송옥과 미진 그리고  지하철 1·2호선 시청역 인근에 있는 ‘유림면’이다. 그중 63년의 세월 동안 대를 이어온 메밀명가 유림면의 비결은 뭘까.
에디터 홍혜주  포토그래퍼 임익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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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별에서 온 그대’를 보면 주인공 도민준(김수현)이 한 메밀 집에 서 냄비우동을 먹다가 천송이(전지현)에게 포장해 가는 장면이 나 온다. 당시 천송이가 받아 맛있게 먹은 우동은 서울 3대 메밀명가인 유림면의 대표메뉴 중 하나다. 지난해 10월엔 미쉐린 코리아가 선정 하는 서울의 ‘빕 구르망(Bib Gourmand·합리적인 가격에 훌륭한 맛을 제공하는 곳에 부여하는 등급)’ 레스토랑에도 신규로 포함됐 다. 올해 추가된 11곳 중 한 곳이다. 유림면은 서울에서 3대째 영업을 이어온 63년 전통의 메밀국숫집이 다. 지난 1956년 명동에서 시작해 을지로를 거쳐 서소문동에 자리 잡은 지도 30년이 넘었다. 메뉴도 메밀국수, 비빔메밀, 냄비국수, 온 메밀, 돌냄비 등 6가지가 전부다. 워낙 오랜 기간 입소문 난 맛집이다 보니 손님들도 직장인부터 외국인까지 다양하다. 오후 3시에도 매 장은 늦은 점심을 먹는 손님들로 대부분 차 있었다. 3대째 가업을 잇 고 있는 장호식(58) 사장은 이런 상황이 익숙한 듯 인터뷰 중에도 벨 소리에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키곤 했다. “주변에 직장인이나 유동인구가 많은 거리라 항상 이렇게 손님이 많 습니다. 미쉐린가이드에 소개돼서 중국이나 일본 관광객도 많고요. 별에서 온 그대 때도 엄청났죠. 2015년인가 중국의 각 성(省)에서 보 유한 방송사에서 거의 다 취재를 왔습니다. 열여섯 군데였을까요.”

 


3대 경영의 시작
처음 유림면을 연 건 장호식 사장의 외 고모할머니였다. 말 그대로 먹고 살기 위해 국숫집에 뛰어들었는데 1970년대에 장 사장의 어머 니가 이를 물려받아 2대 경영을 시작했다. 과거 외무부에 공무원으로 근무하던 그는 가게를 물려받고 여기에만 전념했다고 한다. 2대 당시엔 서울 메밀국수를 대표한다는 3대 맛집인 미진, 송옥과 친분 을 쌓기도 했다. “미진과 송옥 모두 어머니 대엔 친구처럼 지내던 가게였습니다. 한 번은 다른 가게에서 기계가 고장 나서 저희 집 와서 면을 뽑아가기도 했었죠. 지금은 저희만 가족경영을 유지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장 사장 역시 처음부터 요식업에만 종사하던 건 아니다. 외국계 회사 에서 무역부서 업무를 담당하기도 했고 직접 무역관련 법인을 차리 기도 했다. 주말마다 틈틈이 매장 일을 도우던 그는 2001년 본격적 으로 3대 경영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지금 서소문동 가게도 1층에서 2, 3층까지 확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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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성 없이 글루텐 최소화
메밀면 조리법은 과거와 동일하다. 강원도 평창군 봉평산 메밀을 곱 게 갈아 밀가루와 섞은 뒤 메밀 고유의 향이 날아가지 않도록 0℃ 이 하의 찬물로 반죽한다. 원래 밀가루와 메밀의 비율이 6:4였지만 최근 향을 배가시키고 소화도 잘되게 하기 위해 메밀 비중을 더 높였다. 이곳의 특징은 면을 숙성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장 사장은 전통적인 조리법을 살려 글루텐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밀가루를 숙성시 킬 때 생성되는 글루텐이 소화를 방해할 수 있고 간혹 알러지 반응 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빵집에서도 요즘 ‘글루텐 프리(Free)’를 붙여놓잖아요. 빵을 숙성할 때 글루텐이 형성되는데, 글루텐 프리는 숙성을 안 하고 만든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효소가 발효되기 전에 빨리 만드는거죠. 요즘 글루텐 이 소화를 방해한다는 인식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일본 우동을 먹으면 속이 더부룩하게 느껴질 때가 있는데 이게 글루텐 효소 때문 입니다. 한국식 전통 칼국수는 부드럽게 소화가 잘되는데 글루텐이 없어서 그런 겁니다.” 국물 맛을 좌우하는 육수는 미리 구입해둔 산란기의 멸치와 다시마, 파를 넣고 6~8시간 우려낸 뒤 약한 불에서 천천히 끓여서 완성한다. 이렇게 만든 멸치 육수는 유림면의 모든 국물의 베이스가 된다. 대표 메뉴인 메밀국수는 여기에 12가지 한약재와 꿀, 천일염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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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란기 멸치, 비금도 소금만 사용
재료 역시 과거와 유사하지만, 3대에 이르러 바뀐 부분도 있다. 우선 파와 같은 채소, 계란 등은 부모님으로부터 거래처를 그대로 물려 받았다. 주재료인 메밀은 비싸더라도 강원도 평창군 봉평산 메밀만 고집한다. 장 사장은 어머니의 조언대로 단무지 제조방식이나 멸치 품질만큼은 그대로 고수한다. 특히 육수용 멸치의 경우 보통 재료 상태가 가장 좋은 시기에 1년 분량을 구입해 놓는다. 멸치는 산란기 인 4월이 적기이며 kg당 가격도 평소보다 비싸다.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재료 중 하나가 바로 멸치입니다. 멸치는 산 란기에만 사는데 이때 멸치를 뒤집어보면 까만 똥이 아니라 알이 들어가 있죠. 일본의 경우 국물용으로 다랑어를 쓰지만 한국인 입 맛에는 다랑어의 단 맛보다 시원한 멸치 베이스가 맞아서 멸치만 씁니다.” 건강이나 맛 측면에서 재료를 업그레이드 한 경우도 있다. 냄비요리 국물 등에 사용되는 소금은 미네랄이 풍부하다고 알려진 전라남도 신안군 비금면 비금도 산만 쓴다. 현재 유림면에서는 비금도산 천일 염 3~5년산만을 취급하고 있다. “5년 된 소금과 1년 된 소금은 맛 자체가 다릅니다. 5년 된 소금은 간 수를 쫙 빼서 짠 맛이 약한 상태가 됩니다. 냄비에 끓인 육수가 식으 면 1년 소금은 결정체가 빨리 생기고 짜고 쓴 맛이 많은데, 5년 된 소 금은 덜하죠. 국물 맛도 시원하고요. 육수 테스트를 자체적으로도 하지만, 3년 전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의뢰해서 단맛과 짠맛, 칼 로리 계산을 하는 등 과학적인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습니다. 짜면 염 분을 낮추고 칼로리도 조절하는 거죠. 물론 메밀은 칼로리는 워낙 낮아서 다이어트 식품일 정도지만요.”

 


70%가 단골
60년 넘게 영업을 이어와서인지 단골층도 두텁다. 3대째 오는 손님 도 이곳에선 흔하다. 할아버지 손을 잡고 오던 아이가 어른이 돼서 오기도 한다. 인근 기업 임원들도 자주 찾는다고 장 사장은 귀띔했 다. “놀라실 수 있겠지만 이곳을 찾는 70%가 단골손님이고 30%가 유 동인구입니다. 그러면 나이드신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 젊은 층도 많이 옵니다. 직장인들도 많고 외국인도 많죠. 성 김 주필리핀미국대 사나 SK네트웍스 최신원 회장 등 여길 좋아해주는 분들이 많습니 다.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은 미국에서 15년 생활하다가 한국에 와 서 집에 안가고 여기로 바로 온 손님입니다. 여기서 청춘을 보냈다는 5060 어르신들도 많고요.” 앞으로의 목표를 묻자 그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이곳이 ‘즐거운 공 간’이기를 꿈꾼다고 답했다. 면에 대한 그의 철학과도 일맥상통하는 답변이었다. 

“어떤 분은 출장 다녀와서 저희한테 선물도 주시고, 가끔은 집에 초 대해주셔서 식사하러 가기도 합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단골손님들 이 있고 즐겁게 장사하고 싶습니다. 농담으로 면이 인생이라고 하잖 아요. 우리나라는 면을 항상 즐거울 때 먹습니다. 잔치 때나 생일 때, 결혼할 때처럼요. 면이라는 것 자체가 즐거운 인생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유림면
위치 서울 중구 서소문로 139-1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9시 (일요일 오전 11시~오후 7시, 넷째 일요일 휴무) 문의 02-755-06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