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술술 푸는 술 이야기, 박종권 > ‘불황 속 호황’ 증류식 소주

2030세대는 왜 증류식 소주에 빠졌을까?

몰개성의 시대에서 취향의 시대로 넘어오며 자신만의 취향을 찾는 젊은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그 가운데 주목받기 시작한 게 바로 증류식 소주다. 여전히 작은 시장이지만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지닌 증류식 소주의 현재를 들여다봤다.
에디터 김가영 도움말 이지혜 전통주 소믈리에

cf2e8cf2fe91b30872068034b76dcb73.jpg

 

 

‘증류식 소주 및 브랜디(과실 증류주), 한국 와인의 성장이 두드러질 것이다.’ 올 초 서울대학교 푸드비즈니스랩이 발표한 2019년도 푸드 트렌드에 따르면, 증류식 소 주의 성장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예견됐다. 다양한 맛과 향이 있고 도 수와 맛을 소비자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재 미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술에서도 ‘의 미를 찾는(meaning out·밝히지 않았던 자 신의 취향이나 정치·사회적 신념을 적극적 으로 표현하는 현상)’ 소비자들이 증가하면 서 지역 농산물 및 전통 제조법을 사용해 사 회적 가치를 선사하는 전통주의 인기도 날 로 높아지고 있다.

 


전체 술 소비량 ↓, 증류식 소주 소비량 ↑

최근 몇 년간 한국인의 술 소비량은 감소세 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7년 국내 주류 전체 출고량은 355만1405㎘로 전년대비 3.5% 감 소, 4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부어라마셔 라’식 회식 문화가 사라지고 혼술·홈술 문화 가 자리 잡은 것 등이 한 몫 했다. 이런 가운데 홀연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 품목이 바로 증류식 소주다. 2017년 증류 식 소주의 출고량은 1857㎘로 전년대비 54.4% 증가했다. 물론 전체 소주 시장 내 점 유율이 1% 전후에 그칠 만큼 작은 시장이지 만 정체 상태에 빠진 희석식 소주와 비교하 면 놀라운 성장이다.  증류식 소주는 주정(酒精)에 물과 인공감미 료를 섞어 만드는 희석식 소주와 달리, 단식 증류기를 사용해 쌀·보리·고구마 등 원료의 풍미가 나도록 증류해 만든 술이다. 높은 도 수와 깔끔함, 곡물 고유의 향이 특징이다. 증류식 소주 시장을 견인하고 있는 브랜드 로는 대표적으로 ‘화요’가 있다. 도자기 사업 을 모태로 미쉐린가이드 별 3개를 받은 고급 한식당 ‘가온’ 등을 운영하는 광주요에서 생 산하는 프리미엄 증류 소주다. 쌀 원액을 증 류해 옹기에 3~6개월간 숙성시켜 만든 화요 는 출시 초반엔 적자를 면치 못하다 2015년 부터 흑자 전환했다. 하이트진로의 ‘일품진로’ 역시 품귀 현상을 빚다 일시 단종까지 된 인기 증류식 소주다. ‘가성비가 좋다’는 입소문을 타며 애주가들 사이에서 사랑받더니 급기야 원액 물량이 달려 현재는 비슷한 듯 다른(숙성 기간을 줄 인) ‘일품진로1924’가 대체 출시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정 출시된 ‘일품진로 18년산’ 은 출시와 동시에 자취를 감췄을 정도. 6만 5000원짜리 상품이 한때 중고 거래 사이트 에서 20만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전통주의 인기도 뜨겁다. 2017년 전통주의 온라인 오픈마켓 구매가 가능해진 이래 증 류식 소주를 포함한 전통주 판매량은 나날 이 높아지고 있다. 그 중심에 구매력 있는 세 대는 물론 20대와 같은 젊은 층이 적지 않다 는 분석이 나온다. 지마켓 측은 “사회 생활 에 왕성하게 참여하는 30~40대 젊은 세대 의 구매 비중이 크지만, 20대 역시 소폭이나 마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가심비’ ‘SNS’ 등 증류식 소주 인기 견인

기존에 저렴한 희석식 소주 위주로 마시던 젊은 층이 증류식 소주에 눈길을 돌린 배경 은 무엇일까. 하이트진로 소주브랜드팀 김경 훈 팀장은 모 매체 칼럼을 통해 “요즘 젊은 층은 비용이 좀 더 들더라도 본인이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합리적인 선에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며 “뛰어난 맛과 향의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가 이들에게는 ‘오늘 하루 고 생한 나에게 주는 특별한 보상’이 된 셈”이라 고 설명했다. 이지혜 전통주 소믈리에도 비슷한 이유를 들었다. 이 소믈리에는 “젊은 소비자들이 희 석식 소주와 증류식 소주의 차이를 인식하 고 구분하기 시작하면서 한 잔을 마시더라 도 값보다는 가치를 우선시 해 선택하고 있 다”고 설명했다. SNS의 발달도 증류식 소주 및 전통주의 성 장을 이끈 요인 중 하나다. 이 소믈리에는 “요즘 각 도가에서는 젊은 층을 겨냥한 세련 되고 독특한 디자인의 병을 제작하거나 전 용 잔을 출시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 다”며 “이런 점이 젊은 층으로 하여금 증류 식 소주는 매력적이고 힙한 술이라고 인지하 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알맹이만큼 포장 지도 세련되진 술들은 SNS를 통해 홍보되 고, 해당 술과 함께 인증샷을 찍은 젊은이들 에 의해 역으로 홍보되기도 한다. 또 다른 성장의 배경은 유통망 확대다. 과거 에는 한식점, 전통주점에서나 볼 수 있었다.

면 요즘은 젊은 층의 동선에서도 어렵지 않 게 목격된다는 것이다. 이 소믈리에는 “(한식 외에도) 중식, 일식, 양식 등 다양한 레스토 랑으로 판매가 확대되고 있고 젊은 층이 자 주 찾는 클럽이나 바에서도 마찬가지”라며 “요즘은 국내 인기 바에서 위스키, 럼, 보드 카 대신 증류 소주를 베이스로 한 전통주 칵 테일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흐름은 소비자 취향이 더욱 다양해 지며 향후에도 성장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또 현재 논의 막바지에 접어든 주세 과세 개편안이 현행 종가세(가 격 기준 과세)에서 종량세(알코올 도수와 양 기준 과세)로 전환할 경우, 고가의 증류식 소 주에 부과되던 세금이 내려가 가격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는 만큼 시장은 더욱 확대될 전 망이다.

 

 

 

지역별 명물 술, 뭐 있나? 

전국 팔도 대표 증류주 

aca6e37752111270939b72942493b340.jpg


삼해소주 (서울)
김택상 명인이 빚는 삼해소주는 송절주(소나무 마디로 빚은 술), 향온주(녹두와 누룩으로 빚은 술), 삼해약주와 함께 서울시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술이다. 정월 첫 돼지 날(亥日)에 빚기 시작해 돌아오는 해일, 해시마다 3번에 걸쳐 108일 동안 빚은 삼해주(청주)를 증류해 만든다. 쌀 이 많이 들어가고 증류 후 얻게 되는 소주의 양이 워낙 적 어 상류층에서 사랑받았다. 조선 영조 때 삼해주로 인해 쌀 소비가 증가해 금주령이 내려졌다고도 전해진다.

 

일반 증류식 소주에서 느껴지는 쨍함이 아니라 향긋한 부드러움이 인상적인 술입니다. 45도라는 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목넘김이 부드럽죠.
 

 

감홍로 (평안도)
감홍로(甘紅露)의 이름을 풀이하면 ‘맛이 달고 붉은 빛을 띠는 이슬 같은 술’이다. 평안도 지역에서 생산된 명주로 멥쌀 70%, 메조 30%, 물, 누룩으로 원주를 만든 뒤 2번 증류해 자초・용안육・생강・계피・정향・진피・감초 등 일곱 가지 약재를 넣어 1년 이상 숙성해 정성스레 만든다. 현재 는 경기도 파주의 양조장에서 식품명인 43호 이기숙 명 인이 감홍로를 빚는다.
감홍로는 <춘향전>에서 춘향이가 한양으로 상경하는 이몽룡을 붙잡기 위해 내놓은 술입니다. 알코올 도수가 40도로 높지만 목넘김이 부드럽고 그윽한 약재 향을 느낄 수 있죠. 튀지 않고 조화로운 맛이 특징입니다.



추성주 (전라도)
고려 초기에 창건된 추월산 연동사 스님들이 건강을 지키 기 위해 빚어 마시던 곡차가 전해져 내려온 것이다. 조선 시대에는 약주, 명주로 명성을 떨쳤고 진상품으로도 애용 됐다 전해진다. 술 맛이 좋아 마시면 신선이 된다고 해 ‘제 세팔선주(濟世八仙酒)’ ‘신선주’로도 불린다. 현재 식품명 인 22호 양대수 명인이 빚고 있다. 멥쌀을 기본으로 술 발효를 하며 100일 숙성을 거쳐 얻 은 약주를 증류한 후 구기자, 오미자 등 10여 가지의 한약 재를 넣어 대나무 여과를 거치면 추성주가 완성된다.

구수하고 그윽한 약재 향과 피트 향, 알싸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목넘김이 부드럽고 여운도 매우 길죠.


미르 (경기도) 
고문헌에 기록된 우리 최초의 소주 제조법을 지켜 만든 전통 증류식 소주. 효소제나 효모제 없이 용인의 백옥쌀 과 직접 띄운 밀 누룩, 물로만 발효했다. 제품명인 ‘미르’는 용(龍)의 순우리말이다. 양조장이 자 리한 경기도 용인(龍仁)과도 연결되며, 화려한 가운데 부 드러운 강건함이 느껴지는 미르의 맛을 잘 담아냈다. 알 코올 도수는 25%, 40%, 54% 3가지. 이중 40%의 ‘미르 40’은 2018년 우리술품평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바 있다. 
향은 세고 강하지만 미세한 단맛이 높은 도수에도 부드러운 목넘김을 선사합니다.
 

 

무작 (강원도)
‘꾸밈이 없다’라는 뜻의 무작(無作)은 자연 이외에 아무 것도 담지 않은 순수함을 나타낸다. 이를 위해 투명한 병 에 흰색 레이블, 그 위에 금색 캘리그라피로 깔끔하고 세 련된 패키지를 완성했다. 무작은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 ‘고사신서(攷事新 書)’ 등 옛 문헌에 실린 ‘적선소주(謫仙燒酒)’를 그 원류로 한다. 어떠한 첨가제도 넣지 않고 쌀과 물, 직접 띄운 누룩 으로 만든 청주를 두 번 증류해 빚는다. 두 차례의 단식 증 류와 냉동 여과를 거친다.

은은한 과실 향을 느껴지며 53도의 고도주임에도 부드러운 목넘김이 특징입니다.

 

 

이강주 (전라도)
호남 지방을 대표하는 토속주이자 한미통상조약 체결 당 시 건배주로 쓰일 만큼 국가를 대표했던 술이다. 과거에 는 상류 사회에서 즐겨 마신 고급 약소주로 전해진다. 직 접 만든 소주에 배(梨)와 생강(薑)이 들어간다고 해 이강 주(梨薑酒)라 이름 지어졌다. 누룩과 멥쌀로 약주를 빚어 증류해 소주를 만들고, 여기에 전주 배와 완주 봉동의 생 강, 울금, 계피를 넣어 침출시켜 완성한다.
매콤하고 감칠맛 나는 맛, 숙취가 없고 뒤가 깨끗한 것이 특징입니다. 배가 곁들여 나오는 육회는 배와 생강을 베이스로 한 이강주와 잘 어울리죠. 기름기가 있는 전이나 부침개와도 좋은 궁합을 이룹니다.


담솔 (경상도)
경상남도 함양의 사대부가 하동 정씨 집안에서 500년간 비법이 전해져 온 고급 증류주. 집안의 제사나 경조사 때 손님들에게 내놓은 가양주가 바로 솔잎, 송순으로 빚어 낸 솔송주다. 집안 대대로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전수 했던 솔송주 빚는 법은 식품 명인 27호 박흥선 명인에게 전수돼 꽃을 피웠다. 그렇게 만들어진 담솔은 이름처럼 맑은 소나무 술의 정수만 모아 만들었다. 솔잎의 신선한 느낌, 자극적이지 않은 단맛, 그리고 부드러운 목넘김을 느낄 수 있다. 알코올 도수는 40%. 2년간 저온 숙성했고 꿀로 뒷맛을 잡았다.

은은히 퍼지는 소나무순과 솔잎 향이 신선하게 느껴지고 뒤끝이 깔끔합니다. 입안에서 솔송주와 치즈가 어우러져 사르르 녹는 느낌 정말 최고죠.

 

 

고소리술 (제주)
제주를 대표하는 고소리술은 개성소주, 안동소주와 더불 어 우리나라 3대 소주로 꼽힌다. 쌀  농사가 주종인 육지 와 달리 화산섬 제주에서는 잡곡(보리쌀, 좁쌀)을 활용해 술을 빚었다. 고소리술은 제주 잡곡으로 빚은 오메기술 을 소줏고리(양조주를 증류해 소주를 만들 때 쓰는 옹기) 에 증류시켜 만든다. 이름도 소줏고리의 제주 방언인 ‘고 소리’에서 유래했다.
인공 첨가물 없이 제주에서 나고 자란 잡곡과 전통 누룩, 천연 지하 암반수로만 빚어 맛이 깊고 방순합니다. 마시는 순간 산뜻한 과실 향이 은은하게 퍼지죠. 쌀 증류주에서는 맛볼 수 없는 독특한 풍미가 느껴집니다.

 

 

이 글을 페이스북으로 퍼가기 이 글을 트위터로 퍼가기 이 글을 카카오스토리로 퍼가기 이 글을 밴드로 퍼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