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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의 선율에 취한 술, 정근창 > 유희영 셰프의 유노추보

자영업이 어려운 요즘 같은 시기에도 임대료 높기로 소문난 가로수길 상권에서 11년째 성업 중인 식당이 있다. ‘유가의 식당’ 이란 뜻의 유노추보 얘기다. 식사용 라멘부터 사케용 안주까지 일식 전반을 취급하는 이곳의 성공 비결을 찾아 나섰다.
에디터 김가영 포토그래퍼 임익순
유희영 셰프의 일식당 ‘유노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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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영 셰프의 유노추보는 2008년 문을 연 일식당이다. 서울 논현동, 청담동 일대에서 오랫동안 셰프로 일한 유 셰프는 11년 전 지금의 자리에 가게를 개업했다. 한때 전 에 없는 신선한 일식 요리, 파격적인 신메뉴로 트렌드세터 들의 발길을 붙잡았던 유노추보는 이제 추억의 음식을 찾아 이곳을 찾는 오랜 단골들의 아지트가 됐다. 뜨는 가 게와 오래가게(노포) 그 중간 어디쯤에서 여전히 ‘맛객’의 발길을 끌고 있는 이 집의 비결을 다음의 몇 가지 키워드 로 정리했다.

 


틀을 깬 메뉴 개발
야끼우동, 참치 타다키, 갈릭 스테이크… 이들 요리에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유희영 셰프의 손끝에서 처음 개발된 요리라는 점이다. 지금은 웬만한 일식당이나 이자카야에서도 쉽게 볼 수 있지만 2000년대 이전까지 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야끼우동이나 참치 타다키를 파 는 집은 아무 데도 없었다. “1999년도에 역삼동 GS타워 안에 있는 ‘실크 스파이스’ 라는 레스토랑에서 근무했어요. 아시아 요리 전문점이었 는데 그중 저는 일식 담당 셰프였죠. 인근에 LG아트센터 가 있고 대기업이 많아 젊고 트렌디한 손님을 타깃으로 한 새로운 일식 메뉴 개발이 필요했어요. 그 과정에서 탄 생한 게 야끼우동, 참치 타다키죠.” 야끼우동은 일본의 야끼소바를 변형한 요리다. 유 셰프 는 당시 국내에 수입이 안 됐던 소바 대신 우동 면을 사용
해 야끼 요리를 시도했다. 그런데 라면처럼 얇은 소바와 달리 두껍고 조직이 치민 우동 면에는 간이 잘 안 뱄고, 우여곡절 끝에 조리법과 소스를 바꿔 지금의 야끼우동 을 개발했다. “손님들의 반응이 괜찮았어요. 그랬으니까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고요. 하지만 셰프들 모임에서는 조롱거리가 됐죠. 우동에 국물이 없다는 게 말도 안 된다면서요. 이상 한 요리를 만든다며 인정해주지 않았어요.” 이런 동료들의 손가락질에도 유 셰프는 메뉴 개발을 멈추 지 않았다. 이듬해 만든 참치 타다키는 생선회로 샐러드 를 만들려는 고민에서 시작됐다. “날 생선과 채소를 같이 먹으니 비린 맛이 더 많이 나고 식감도 안 좋았어요. 어떻게 해야 완화시킬 수 있을까 고 민하다 타다키를 시도하게 됐어요. 원래 일본에서 타다 키는 껍질이 잘 벗겨지지 않는 생선을 짚불 위에 구워 고 소하게 먹는 게 주 목적이에요. 저는 이걸 변형해 프라이 팬에 튀기듯이 구웠어요. 그랬더니 물컹거리지도 않고 육 즙도 안 빠지더군요. 여기에 깨, 후추 등을 뿌려 맛을 좀 더 강화한 게 지금의 참치 타다키에요.” 타 업장 셰프로 근무하던 시절부터 유노추보의 오너셰프 인 지금까지, 유 셰프는 늘 틀을 깬 메뉴 개발로 손님의 발 길을 붙잡았다. 이 때문에 원칙을 중시하는 동료들 사이 에서 비난도 받았지만, 지금은 참신한 시도와 색다른 레 시피가 각광받는 시대다. 유노추보의 첫 번째 성공 비결 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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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깃층과 부합한 상권 선택
현재 가로수길은 대기업 및 프랜차이즈 브 랜드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핵심 중의 핵심 상권으로 꼽힌다. 하지만 유노추보가 문을 연 2008년만 해도 지 금 같은 풍경을 기대하긴 어려웠다. 가로수길 메인 거 리엔 바 등이 몇 곳 있었을 뿐 세로수길로 불리는 주변 골목은 한산한 주택가에 다름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 곳에 가게를 차린 건 왜였을까. “2006~2007년에 레스토랑 컨설팅 일을 잠깐 했어요. 그때 잘 되는 식당은 왜 잘 되는지, 안 되는 식당은 왜 안 되는지 직접 보고 많이 배웠죠. 가장 중요한 건 입 지 선정이었어요. 잘 되는 식당은 어김없이 위치가 좋 았거든요. 그래서 유노추보를 열 때도 입지 선정에 심 사숙고했어요.” 그는 “내가 만들 요리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며 역으 로 본인의 요리를 소비할만한 사람들이 있는 동네를 찾아다녔다. 그게 이태원과 지금의 신사동 자리다. “제 요리를 좋아할 사람들은 일반 직장인이 아닌 트렌 드에 민감한 사람들이라고 판단했어요. 이를테면 잡 지사나 디자인회사 사람들이요. 그때 가로수길은 한 산한 동네였지만 작은 갤러리들이 많았어요. 바꿔 말 하면 문화를 즐기는 사람들, 새로운 걸 즐길 만한 사람 들이 많이 오갈만한 동네였던 거죠. 그래서 이곳을 선 택했어요.” 예상은 그대로 적중했다. 트렌드에 민감한 소비자들 이 이 동네를 찾았고, 이들이 선택한 요리가 유노추보 의 음식이다. 가로수길 상권이 번성한 지금, 그 시절 손 님과 새로 유입된 손님이 모두 유노추보를 찾으면서 가게는 지금껏 롱런하고 있다.
 

접근성 고려한 메인 메뉴
앞서 언급한 입지 선정 다음으로 그가 중요 하게 생각한 건 ‘메뉴의 접근성’이다. 유 셰프는 “비 오 는 날 막걸리에 부침개 찾지, 광어 카르파쵸와 루꼴라 (2003년 그가 개발한 메뉴) 찾진 않지 않느냐”고 반문 했다. 자신이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메뉴라도 접근성 이 떨어지면 매출로 이어질 수 없다는 얘기다. “신메뉴 개발도 중요하고 그 메뉴가 사랑받아 지금까 지 이어지는 것도 감사하지만, 개발 초기에는 (접근성 이 떨어져 많이 팔리지 않는) 딜레마가 있어요. 이를 보완할 접근성이 뛰어난 메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 각했죠. 그래서 유노추보 오픈 당시 라멘을 대표선수 로 내걸었어요. 이후 차츰차츰 광어 카르파쵸와 루꼴 라 같은 신메뉴 또는 시즌 메뉴를 선보였죠.” 아무리 역량 있는 셰프라도 자신이 개발한 메뉴가 곧 장 매출로 이어질지 냉정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그 걸 정확히 판단한 유 셰프는 라멘이라는 진입 장벽 낮 은 메뉴를 메인으로 선정, 더 많은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 수 있었다.  

 

성실함
위의 성공 요소들을 차치하면, 유 셰프 스 스로 꼽는 근본적인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단연 ‘성실함’을 꼽는다. “서비스업은 사람이 사람을 상대하는 업종이잖아요. 큰 식당이든 작은 식당이든 이 안에서 정말 많은 일이 일어납니다. 발주, 검수, 생산, 배송 심지어 A/S(고객 불만 응대)까지도요. 그 안에서 사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과 지키지 않는 것은 정말 차이가 커요. 365일 변함없이 내 자리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며, 그렇게 할 때라야 직원들도 저를 따라옵니다.” 그는 또 “아무리 기발한 아이디어라도 만들어놓기만 하고 꾸준히 지속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라고 덧붙였다. 철저한 상권 분석으로 좋은 입지에 가게를 열고, 접근성 높은 메뉴로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고, 메뉴 개 발을 소홀히 하지 않아도 정작 중요한 자기 자리를 지 키지 않는다면 그 가게는 성공할 수 없다는 얘기다. 업 주로서 성공하는 첫 번째 길이 바로 이 성실함일지 모 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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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노추보
위치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10길 36 문의 02-545-2811 주요 메뉴 참치타다키와 아보카도 무스, 돈꼬츠라멘, 이베리코 돈까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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