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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술, 장인석 > 조지아. 와인의 원조, 호방한 술꾼의 나라

와인의 원조, 호방한 술꾼의 나라 

 

글·사진 > 장인석 = 조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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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 와인


가우마조스! 신과 평화를 위해!

조지아라는 나라가 있다. 미국의 조지아주와 이름은 같지만 전혀 다른 곳으로 서아시아 카프카스 산맥을 두고 러시아와 국경이 맞닿아 있고, 흑해를 끼고는 터키와 인접해 있다. 흔히 남쪽으로 붙은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와 함께 카프카스(코카서스) 3국이라고도 한다. 러시아식 이름으로는 그루지야라고도 하는데 조지아 사람들은 이 이름을 싫어하고, 스스로는 ‘사카르트벨로’란 국명을 사용한다.

조지아는 천혜의 자연을 가진 한적한 곳이라 특별한 유적지는 없지만 느릿한 관광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제격이다. 중동을 연상하는 사막지대가 있는가 하면, 몽골을 방불케하는 초원지대가 끝도 없이 펼쳐진다. 북쪽으로 가면 카프카스 산맥의 웅장한 산들이 우리를 위압하며 스위스의 한적한 마을들이 외국인들에게 여유로움을 선사한다. 물가조차 확실하게 싸서 맥주 500밀리리터 1병 900원, 생수 1리터 250원 정도로 가난한 배낭여행자들의 즐거움은 배가 된다(조지아 화폐 1라리는 한화 480원 정도). 

하지만 세상 걱정 없을 것 같은 이 조지아 사람들은 만나기만 하면 싸운다. 큰소리로 목소리를 높이고 심지어 삿대질까지 한다. 외국인들에게는 영락없이 싸우는 것 같지만 실은 이 사람들의 일상사다. 다혈질에 악의없는 심성들이 자신들의 솔직한 감정을 표현하게 하는 것이다. 조지아에서 만난 사람들은 이 민족성이 술을 좋아하는 호방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냐는 견해를 펼친다. 조지아의 어느 마켓을 가도 주류코너가 가게의 반을 차지할 정도로 술 소비량이 많다. 조지아인들은 기쁜 날은 26잔, 슬픈 날은 18잔의 와인을 마신다고 한다. 그래서 이들의 전통잔은 뿔이다. 뿔잔은 세울 수가 없으니 다 마실 때까지 들고 있어야 한다. 단 원칙이 있는데 여러 가지 와인을 섞어 마시지 않는다.

파티에서는 술자리를 이끄는 ‘타마다’가 ‘가우마조스’(Cheers)를 외치며 건배 제의를 한다. 이렇게 식전에만 5번을 외친다. 맨 처음은 신에게, 그 다음은 평화를 위해, 그 다음은 성조지를 위해, 이런 순서다. 조지아인들은 처음 세 잔은 사람을 곰(Bear)이 되게 하고, 다음 세 잔은 황소(Bull)로 만들고 그 다음 세 잔은 새(Bird)로 만든다고 말한다. 취기가 돌면 스스로 멈춰야 사람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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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 브랜디 차차와 조지아의 맥주들

 

최고의 음주 파트너, 조지아인

조지아인들에게 와인은 생활이자 삶의 터전이다. 조지아인들은 스스로 와인의 원조라 칭한다. 그만큼 와인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조지아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생산지역인 것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이견이 많지 않다. 고고학자들은 흑해와 카스피 해 사이에서 BC 수천 년 전부터 포도를 재배한 흔적을 발견했다. 가히 와인의 구약성서라 불릴 만하다. 조지아인들의 와인 자부심을 알려주는 우화가 있다. 신이 사람들을 전부 불러 모았는데 조지아인만 늦어서 이유를 물으니 “와인을 마시며 신에 대해 이야기했다”라고 변명했을 만큼 와인에 집착한다는 것이다.

조지아는 포도의 종류가 다양한 만큼 포도주의 종류도 각양각색이다. 조지아에서 재배되는 포도의 종류는 565종이나 되는데, 조지아인들은 3킬로미터마다 기후가 달라져서 포도품종이 다르다고 말한다. 이중 마트라사(Matrassa), 스털링(Sterling), 사페라비(Saperavi) 종으로 만든 와인이 가장 유명하다. 조지아 와인의 3분의 2는 카케티 지방에서 생산된다. 따뜻하고 건조한 기후가 포도 재배에 최적이기 때문이다. 

아제르바이잔에서 국경을 넘어 북서쪽으로 1시간쯤 달리면 카케티 지역인데 이 일대는 ‘와인 루트’라 불릴 만큼 포도밭 천지에 곳곳이 와이너리다. 카케티 지방의 주도인 텔라비는 오래된 교회 외에는 별로 볼 것 없는 작은 도시이나 들르는 관광객이 많은 것은 순전히 와인 때문이다.

크바렐리라는 작은 마을에 자리한 JDC와이너리를 방문했다. 티오니라는 가이드가 나와서 정통 크베브리(Qvevri) 와인의 제조 과정을 볼 수 있게 해주었다. 크베브리 와인은 으깬 포도를 넣은 점토항아리를 땅에 묻어 발효시키는데, 정통 크베브리 와인은 화이트 와인으로 금빛이 난다. 이 크베브리 와인 제조법은 조지아 고유의 기법으로 201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조지아 와인은 가치에 비해 아직 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국가 인지도도 낮고 와인회사들의 글로벌 마케팅도 아직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에 이어 한국에도 수출이 시작되어 서서히 한국 와인 애호가들의 입소문을 불러모으고 있다. 이곳 포도는 모두 유기농으로 재배되기 때문에 웰빙을 선호하는 한국 사람들의 기호와도 잘 맞을 것으로 생각된다.

조지아 와인의 진수는 가정집에서 만드는 하우스와인이라고 조지아 사람들은 말한다.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비법으로 만드는 하우스와인이야말로 조지아 고유의 향과 풍취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장맛이 집마다 다르듯 여기 하우스와인도 집마다 각각이다. 조지아 전역을 여행하다보면 어디에서든 길거리에서 자신들이 만든 하우스와인과 꿀을 파는 것을 볼 수 있다. 천혜의 자연을 가진 조지아의 꿀은 무공해 최상품이다. 꿀과 하우스와인은 너무 싸서 놀랄 지경이다. 500밀리리터 페트병 하우스와인은 3~5라리(1500~2500원), 꿀은 1킬로그램에 5천 원 정도다.

이곳 조지아에서는 맥주도 즐겨 마시고 독주도 즐긴다. 나탁타리, 스비아니, 아르고, 제다제니 등 맥주 종류도 다양하다. 차차라는 와인을 증류해 만든 브랜디도 있는데 맛이 독특하고 도수가 45~50도나 된다. 한없이 더운 여름엔 맥주를, 더없이 추운 산골의 겨울엔 차차가 있어 힘들지 않다고 조지아인들은 떠든다. 그럼 와인은 언제 마시는가? 매일 빵과 함께 먹는 것이 와인이라고 한다.

술문화가 발달되어 있어서 술친구가 되기는 좋지만 같이 일하기는 불편하다는 말도 있다. 술문화가 관대한 조지아에서 오래 거주한 한국인들은 조지아인에 대해서 “같이 동료로서 일하기에는 아쉬움이 있지만 같이 즐기기에는 최고의 파트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조지아는 인구 500만에 불과한 소국으로 숱한 외적의 침입에 시달리면서도 자신만의 독특한 언어와 문자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영민한 면도 있다. 이슬람의 지배를 받기도 했지만 90퍼센트 이상의 국민이 기독교를 믿는 나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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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만두 비슷한 힝칼리.

속에 고수가 들어있다

 

술과 자연에 취하는 조지아 

조지아는 음식 문화도 발전되어서 와인과 함께 즐기기 좋은 음식들이 많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츠와디(Mtsvadi)와 시크메룰리(Shkmeruli)다. 츠와디는 쇠고기나 양고기, 돼지고기 등을 소금, 후추, 와인 등에 재운 뒤 샴푸리라는 쇠꼬챙이에 꿰어 굽는 바비큐 요리로 특히 돼지고기 츠와디가 유명하다. 시크메룰리는 튀긴 닭을 전통 토기에 담아 각종 양념을 한 뒤 오븐에서 살짝 조리한 음식이다. 이밖에 한국의 만두 비슷한 힝칼리, 쌀과 쇠고기, 다진 견과류를 넣어 매콤하게 끓인 전통수프 하쵸, 화덕에 구운 빵 사이에 치즈를 담은 하차푸리 등이 우리 입맛에 맞는 편이다.

조지아는 치안이 안전하고 물가도 싸서 배낭여행자들이 여행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는 곳이다. 다만 대중교통시설이 불편한 게 흠이다. 대형버스나 기차 시설이 부족해 마이크로버스로 이동해야 하는 곳이 많다. 하지만 가격은 상상 외로 싸다. 지방을 차로 다니다 보면 길을 태연히 막고 있는 소나 양떼를 만나는 곳도 바로 이 조지아다. 조지아에서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 곳은 수도인 트빌리시를 비롯해서 므즈헤타, 시그나기, 텔라비, 카즈베기산, 메스티아, 바투미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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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석

전 동아일보 기자

착한부동산투자연구소장

<부동산 투자 성공방정식>

<재건축, 이게 답이다> 저자

<착한부동산투자> 네이버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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